그냥 고민 내 갤러리에는 우리 가족 다같이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 없다 여행사진이
내 갤러리에는 우리 가족 다같이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 없다 여행사진이 아니더라도 그냥 다같이 찍은 사진 조차 없다내 가족 사진은 초등학생 때에서 멈춰있다 언제 다같이 밥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우리 네가족 자체가 언제 다같이 대화 해봤는지도 모르겠다 다같이 있었던 기억도 없고 행복했던 추억 조차 기억이 없다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다른 가족들 처럼 행복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다 지나갔다 엄마는 나한테 아빠욕 아빠는 나한테 엄마욕 난 다 들어주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상처고 잊을 수 없다 엄마아빠가 싸웠을 때 행동들과 말들이 아직까지도 너무 생생하다 너무 밉다 왜 오빠랑 내 앞에서 그랬을까 정말 어리석다 왜 그렇게 서로한테 모진 말만 해야했을까 서로 싸우느라 우리 생각은 전혀 안 했을 거다 너무 어렸었던 오빠랑 내가 정말 안쓰럽다 자기들의 화풀이 대상은 나였을 거다 내가 다 들어줬으니까 그때 나는 왜 내 걱정보다 엄마아빠 걱정만 했을까 이혼하는게 두려워서? 아니면 누구하나 잘못될까봐? 그건 내 사정이 아니였을 거다 자기들이 자초한 일이고 어떻게 보면 나도 피해자였으니까 나부터 걱정했어야 했고 나를 먼저 지켰어야했는데 왜 그랬을까 솔직히 지금도 너무 밉다 근데 또 엄마아빠 걱정만 된다 난 아직도 어린데 왜일까 정작 본인들은 나보다 자기 걱정을 더 할 것 같다 나를 이렇게 상처 받게 할 거면 태어나게하지 말지 내 마음이 힘든 것 같다 내 자신한테 계속 가스라이팅 하는 걸까 가끔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는 것 같다 난 나중에 무너져서 나를 갉아먹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 그냥 누군가가 나를 토닥여주었으면 좋겠다 그거 말곤 바라는 게 없을 것 같다 그래 줄 사람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은 있지만 내 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다 약점만 될 뿐이다 극복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과거의 싸움은 끝난 일이지만 미래가 걱정 된다 18살이라 그런가 미래가 정말정말 걱정된다 큰 싸움들이 지나간지 오래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자꾸만 생각나고 이젠 우리 가족 어떻게 살아 가야할지 고민만 수도 없이 한다 그럴 수록 내 자신도 점점 무기력 해져간다 나는 목표가 있지만 내 무기력함 때문에 멀어져가고 있다 그냥 내 앞만 보고 걸어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난 정말 무너지기 싫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다
주변 환경이 불행할 때 주변 환경을 신경쓴다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데에 어떤 섭리가 있지는 않을 겁니다.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저 자신이 의미를 느낄 때에 제 삶에도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제 삶의 의미는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내 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갓난 아기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멀쩡한 가정을 둔 기억이 없습니다만 불행한 삶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족사진은 당연히 없고, 금전적으로 어려워서 이사를 하도 많이 다닌 통에 어린 시절 사진은 졸업앨범을 포함해서 전부 어딘가에 두고 왔습니다. 근데 사진이 없다고 제가 살아온 길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 모든 삶이 지금의 단단한 저를 만들었고 제 기억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질문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주변이 불행하다면 주변을 걱정하지 마시고 자기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세요. 질문자님은 비참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아닙니다. 질문자님이 있는데도 스스로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불행한 겁니다. 질문자님은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은 질문자님이 행복해진 후에 챙기면 되는 거구요. 낳는 건 부모님이 하셨지만 사는 건 질문자님 스스로 살아야 하고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까 질문자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이시니 부모님과 함께 사실테고, 귀가 하면 늘 가정의 안좋은 기운을 몸으로 느끼고 자기 공간에서 한 발이라도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으시겠죠.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도 드실 겁니다. 학생때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책임질 수도 없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낼 수도 없고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나이니까요. 그래서 보통 밖을 돌아다니며 방황하다가 나쁜 길로 빠지는 사람들도 있구요. 근데 그건 결국 불행으로 가는 길일 뿐이고, 저는 대안으로 질문자님이 행복으로 나아가시길 기원합니다.
행복이란게 '난 행복해질래' 한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난 다 모르겠고 내 행복이 우선이야 라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은 들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자기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장래를 설계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꿈을 꾸게 됩니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우울한 시절도 빛나는 시절도 훌쩍 지나가고 모든 것을 이겨낸 자신만 남습니다.
미래를 걱정하는 건 미래가 불안정하기때문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선 부모님이 레일을 깔고 그 위를 걷게 만듭니다만, 그런다고 해서 딱히 더 행복한 것도 아닐 겁니다. 모든 청소년은 고민을 안고 있고, 길이 주어진 사람은 주어진대로, 길이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고뇌하겠죠. 레일 위에 선 사람들은 자신과 함께 걷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내가 사람들을 따라 막연히 걸어가는 길이 옳은 건지 또 고뇌하게 됩니다. 누가 대신 걸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래를 누가 대신 설계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타임슬립을 해서 뿅 하고 미래로 가서 슬쩍 확인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내가 스스로 설계하고,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를 보고 미련을 갖고 다시 달려들거나 만족하고 다른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의 반복으로 이뤄진 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시절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습니다. 학창시절은 금새 그리워지고, 그 때만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놓친 걸 후회하게 되거든요. 우울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고, 즐길 수 있는 일들도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혼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이 종종 그립습니다. 별 걱정 없이 살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질문자님도 학창시절을 우울한 시절이 아니라 그리운 시절로 기억할 수 있는 어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자기 자신의 행복을 우선하며 사시길 기원합니다. 가족도 누구도 질문자님에게 행복을 양보하진 않으니까요.